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 2019)」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사회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건축의 비유’다. 감독 가엘 가스텔루-우루티아는 한정된 수직 공간 속에 계급, 욕망, 윤리, 연대를 모두 담았다. 이 영화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타워형 건축물은 단순한 감옥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축소한 실험적 구조물이다. 이 글에서는 더 플랫폼의 건축 구조를 통해 인간 사회의 불평등이 어떻게 설계되고 유지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건축이 어떻게 윤리의 무대를 제공하는지를 탐구한다.
1. 수직 건축 – 계급의 시각적 구조
더 플랫폼의 공간은 단 한 개의 거대한 수직 타워다. 층수는 200층 이상으로 추정되며, 각 층은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방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수직적 구조는 사회의 계급 체계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한다. 위층은 풍요와 권력을, 아래층은 결핍과 절망을 상징한다. 건축의 구조 자체가 ‘불평등의 설계도’인 셈이다.
건축적으로 보면, 이 공간은 브루탈리즘(Brutalism) 양식의 전형이다. 노출 콘크리트, 단조로운 형태, 기능 중심의 구조. 이런 디자인은 인간성을 제거한 시스템의 차가움을 드러낸다. 감독은 이런 건축미학을 통해 ‘문명적 감옥’을 만들었다. 여기서 건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거대한 장치로 작동한다.
2. 중앙 플랫폼 – 생존의 무대이자 윤리의 시험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치는 ‘중앙을 오르내리는 식탁 플랫폼’이다. 매일 한 번 위층에서 준비된 음식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사람들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음식을 취한다. 건축적으로 이 구조는 단순하지만, 철학적으로는 복잡하다. 중앙의 구멍은 인간 사회의 ‘시스템적 구멍’이며, 윤리가 빠져나가는 통로다.
이 플랫폼은 건축학적으로 ‘수직 순환 구조’로 설계되었다. 즉, 자원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비가역적 구조다. 그 결과,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공간은 점점 파괴되고, 인간성도 붕괴한다. 이 시스템은 ‘불평등을 자동화한 건축’의 완성형이다. 건축의 설계가 바뀌지 않는 한, 윤리적 개선은 불가능하다.
3. 식탁과 공간의 설계 – 문명과 야만의 경계
식탁 위의 음식은 처음에는 아름답게 정렬되어 있다. 그러나 층을 내려갈수록 음식은 더럽혀지고, 형태를 잃는다. 이것은 문명이 야만으로 변하는 과정을 건축적으로 보여준다. 위층은 완벽한 ‘미학적 질서’를 유지하지만, 아래층은 ‘생존의 혼돈’으로 변한다. 이 극단적 대비는 건축의 질서가 인간의 도덕성을 지탱하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식탁의 이동은 시간의 흐름이자 공간의 붕괴다. 건축적으로 이 플랫폼은 엘리베이터의 역설이다. 보통 엘리베이터는 위로 상승하지만, 이 식탁은 아래로만 내려간다. 이것은 ‘퇴화하는 진보’를 상징하며, 사회적 퇴행을 건축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국 건축은 문명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문명의 붕괴를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4. 빛, 그림자, 색채 – 건축의 심리적 표현
영화 속 공간은 극단적으로 제한된 색채로 구성되어 있다. 회색, 갈색, 어두운 톤이 주를 이루며, 인간의 감정이 배제된 냉혹한 세계를 표현한다. 건축의 색은 감정의 온도를 결정한다. 이곳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은 인간의 냉소와 절망을 반사한다.
빛 또한 건축의 핵심이다. 위층에서는 인공조명이 강하게 비추지만, 아래층으로 갈수록 빛은 약해진다. 이 빛의 차이는 권력의 분포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빛이 닿지 않는 아래층은 인간의 무의식, 사회의 그림자 영역이다. 건축적으로 이는 “빛의 사회적 분배”를 상징한다. 결국 건축은 물리적 구조를 넘어 심리적, 도덕적 구조를 시각화한다.
5. 건축가의 시선 – 완벽한 구조가 만든 비극
더 플랫폼의 건축은 완벽하다. 균형 잡힌 모양, 정밀한 시스템, 효율적인 공간. 그러나 그 완벽함이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건축가가 사회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려 할수록, 인간의 자유와 감정은 억압된다. 이 영화는 ‘완벽한 건축이 만든 비극’을 보여준다.
건축학적으로 볼 때, 이 구조는 ‘기능주의(Functionalist Architecture)’의 극단이다.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지만, 윤리가 빠져 있다. 공간은 인간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기계로 변한다. 이런 관점에서 더 플랫폼은 현대 사회의 ‘건축적 경고문’이다. 건축이 인간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때, 그 결과는 비극적이다.
6. 결론 – 건축은 사회를 닮는다
영화 「더 플랫폼」은 사회 구조를 건축으로 번역한 작품이다. 수직적 공간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축소판이다. 건축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권력을 설계하고, 윤리를 배치하며, 인간의 행동을 통제한다. 이 영화는 건축이 어떻게 사회의 불평등을 시각화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건축은 언제나 인간의 선택을 반영한다. “위층에 머무를 것인가, 아래로 내려갈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다. 더 플랫폼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사는 세상의 건축 구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이 영화가 남긴 가장 건축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다.